황동규 시인 - 즐거운 편지
홀로서기 프로젝트/좋아하는 글
2020. 6. 20. 00:10
1.
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
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
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
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.
2.
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
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.
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.
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.
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.
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
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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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종해 시인 - 그대 앞에 봄이 있다
홀로서기 프로젝트/좋아하는 글
2020. 6. 16. 00:10
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
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
어디 한 두번 이랴
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
오늘 일은 잠시라도
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.
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
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
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,
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.
사랑하는 이여
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
추운 겨울 다 지내고
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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