최영미 시인 - 마지막 섹스의 추억 | 행복하게 홀로서기.

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

발르다 나는 보았네

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

파헤쳐진 오장육부,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

진실이란 이런 것인가

한꺼불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

그날 밤 음부처럼

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

죽은 살 찢으며 나는 알았네

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

더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

 

그런 사랑 여러번 했네

찬란한 비늘, 겹겹이 구름 걷히자

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

그 투명함에 놀라

껍질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

누가 먼저 없이, 주섬주섬 온몸에

차가운 비늘을 꽂았지

 

 

살아서 팔딱이던 말들

살아서 고프던 몸짓

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

입안 가득 고여오는

마지막 섹스의 추억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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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행운의돈까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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