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정하 - 낮은 곳으로
홀로서기 프로젝트/좋아하는 글
2020. 8. 8. 00:10
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.
낮은 곳이라면 지상의
그 어디라도 좋다.
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
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
한 방울도 헛되이
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
그래 내가
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
너를 위해 나를
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.
나의 존재마저 너에게
흠뻑 주고싶다는 뜻이다.
잠겨죽어도 좋으니
너는
물처럼 내게 밀려오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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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춘수 시인 - 꽃
홀로서기 프로젝트/좋아하는 글
2020. 8. 7. 00:10
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
그는 다만
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.
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
그는 나에게로 와서
꽃이 되었다.
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
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
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.
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.
우리들은 모두
무엇이 되고 싶다.
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
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눗짓이 되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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